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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부] 결혼 왜 안하냐? 남녀의 시각차이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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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서생 2025. 4. 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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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은 언제 해?’라는 질문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명절 때마다 친척 어른들이 꼭 물어보는 게 있었다. “결혼은 언제 하니?” 그 질문이 부담스러워서 명절을 피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질문을 듣는 일도 거의 없다. 주변에서도 결혼을 늦추거나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 한때는 ‘언젠가 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 ‘언젠가’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오늘 읽은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 결과는 이 같은 변화를 수치로 확인해주는 자료였다. 미혼 남성과 여성 모두 결혼을 '선택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 이유를 남녀가 서로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이 차이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또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 남녀는 이렇게 말했다

2024년 10월, 전국의 20~44세 미혼 및 기혼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의 41.5%, 미혼 여성의 55.4%가 결혼 의향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 미혼 남성의 주요 이유:
    • 결혼생활 비용 부담이 커서 (25.4%)
    • 독신생활이 좋아서 (19.3%)
    •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 (12.9%)
    • 기대에 맞는 상대가 없어서 (12.1%)
    • 소득 부족 (10.4%)
  • 미혼 여성의 주요 이유:
    • 기대에 맞는 상대가 없어서 (19.5%)
    • 독신생활이 좋아서 (17.0%)
    • 일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15.5%)
    • 가부장적 가족 문화가 싫어서 (12.3%)
    • 결혼생활 비용 부담 (11.6%)

결혼 조건에 대한 인식도 엇갈렸다.
예컨대 남성 응답자의 97.3%가 '배우자가 육아와 가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86.6%만 그렇게 생각했다. 반대로 '전세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출산 의향 역시 여성(59.1%)이 남성(41.6%)보다 ‘의향 없음 또는 미정’ 비율이 높았다.

🔍 통계 뒤에 숨은 맥락: 결혼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 조사는 단순한 현상 나열을 넘어 결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남성은 경제적 부담, 여성은 구조적 불평등
    • 남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돈’의 문제로 인식한다. 반면 여성은 결혼 후 겪게 될 가족 내 역할 갈등이나 커리어 단절을 더 크게 우려한다. 이는 남녀가 사회에서 처한 위치가 다름을 반영한다.
  2. ‘좋아서 안 한다’는 인식 확산 중
    • 과거에는 ‘못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안 한다’는 의지가 더 많아졌다. ‘독신이 좋아서’라는 응답이 남녀 모두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3. 결혼은 사적 선택에서 공적 문제로 이동 중
    • 출산율 저하, 가족구조의 변화, 부동산·고용 불안정 등은 모두 결혼 문제와 맞닿아 있다. 결국 결혼은 개인의 일이지만, 사회 전체의 구조와 정책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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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사회가 함께 읽어야 할 3가지 인사이트

  1. 결혼은 경제적 투자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 주거비, 육아비, 교육비 등 결혼과 출산은 곧 재정적 선택으로 연결된다. 부동산 가격과 임금 정체는 결혼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2. 여성의 경제 활동 확대는 가족 구조에 구조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 여성의 커리어 중심 가치관은 결혼과 출산보다 자아실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가부장적 가족 제도와 충돌하며, 결혼 자체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든다.
  3. 정책은 결혼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 억지로 결혼을 촉진하는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주거 안정, 육아 지원, 노동 유연성 등 환경을 개선해주는 방식이 핵심이다.

🤔 나 역시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나도 이제는 ‘결혼은 필수’라는 말보다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 결혼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많이 봐왔고, 때로는 그게 더 용기 있어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이런 변화가 결국은 ‘결혼하고 싶지만 못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덮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용, 사회적 기대, 커리어 단절… 이 모든 장애물들이 사라진다면, 정말 아무도 결혼하지 않을까?

우리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구조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 지금 우리가 살펴봐야 할 질문들

  • 2030 세대의 소득 수준 변화와 결혼률 상관관계
  • 가족 정책 선진국(예: 북유럽)의 결혼·출산 유도 전략
  • 가부장적 가족문화가 실제 결혼 결정에 미치는 영향
  • 혼인율·출산율 저하가 부동산 시장, 소비 구조에 미치는 파급 효과
  •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변화와 결혼 가치관

📝 세 줄 요약

  1. 미혼 남성은 ‘경제적 부담’을, 여성은 ‘가부장적 문화’와 ‘커리어 저해’를 결혼 기피 이유로 꼽았다.
  2. 결혼은 더 이상 사회적 당위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 되었으며, 그 선택을 가로막는 구조가 문제다.
  3. 결혼을 장려하기보다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