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아이 교육 얘기를 나눴다. 네 살짜리 아들을 둔 그 친구는 요즘 ‘플레이 영어’에 ‘창의수학’, 거기다 ‘감정코칭 미술’까지 세 군데를 돌리고 있다. 한 달 사교육비가 100만 원이 넘는다는데, “애가 즐거워하니까”라는 말 뒤에는 ‘혹시 뒤처질까 봐’라는 불안이 뚝뚝 묻어났다. 그런데 그 대화 며칠 뒤, 교육부 발표 기사가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영유아 사교육, 효과 없다.”
교육부는 최근 ‘영유아기 사교육, 정말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내부 교육을 실시하며,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를 시도했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영유아기에 경험한 사교육은 언어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 향상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으며, 자존감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연구는 지능, 가구 소득, 부모 학력 등 다양한 배경 요인을 통제한 상태에서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단호했다. 초등학교 진학 이후에도 사교육을 많이 받은 아동의 학업 성취도나 삶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은 경우는 없었다. 다시 말해, 사교육비로 쏟아부은 돈과 시간의 효용은 의문이라는 얘기다.
이쯤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금 도대체 뭘 위해 이렇게 많은 사교육비를 쓰고 있는 걸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월평균 유아 사교육비는 52만 원, 수도권 상위 계층은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4살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3~4년간 사교육을 지속할 경우, 최소 2,0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든다. 하지만 위 연구 결과대로라면, 이 투자는 학습 성과나 발달 효과 측면에서 ‘제로 수익 투자’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이 수치는 아직 입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나이대에서의 평균일 뿐이다. 초등·중등으로 갈수록 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원에 달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저연령대에 집중되었다.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혹시 내 선택이 아이의 미래를 제한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보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건 **'잘 놀고, 잘 쉬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아이의 미래가 망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야 나중에 뭘 하든 건강한 성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교육은 마라톤이고, 시작선은 결승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