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자연스레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60세면 정년이라는 게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 그 자리에 있던 50대 후반 부장님은 "몸은 멀쩡한데 회사가 먼저 날 보내려 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 대화가 채 며칠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이 ‘정년 유연화’와 ‘성과급 중심 임금체계’를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누군가에겐 희망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위기일 수도 있는 말이다.
국민의힘은 4월 17일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통해 성과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 유연화·계속고용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AI 시대에도 과거 산업화 시대의 임금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보수 격차 완화와 성과 중심 보상체계를 강조했다.
또한 "정년 60세가 고정된 현실은 고령사회에 맞지 않는다"며,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성과가 실력을 반영하고, 연령이 아닌 능력이 고용의 기준이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국민의힘은 주 40시간을 유지하면서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등의 노동 공약도 잇따라 제시한 바 있다.
성과급 중심 임금체계는 OECD 선진국들이 이미 일정 수준 도입하고 있는 방향이다. 문제는 한국의 기업문화와 산업 구조가 이 흐름을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는가다.
현행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는 특히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 체계를 흔들 경우 기존 고연차 근로자들의 반발이나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정년 유연화 역시 일본처럼 일정 연령 이후 계속고용제를 도입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유연화'가 곧 '정년 연장'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비정규직 고령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인건비 부담과 근로자 간 형평성 문제가 걸려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실질적으로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공약은 방향이지만, 실제로 시장과 현장에 안착할 수 있는 설계가 없다면 '정치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정년'이라는 단어가 와닿지는 않는 나이다. 예전엔 60세쯤이면 은퇴해서 여유롭게 산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오히려 불안해 보인다.
정년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나이에도 나를 써줄 곳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제도가 바뀌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제도를 받아줄 시장과 사회의 준비 아닐까.
성과 중심 임금도 좋지만, 그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면 누구에게나 똑같은 좌절만 남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