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경제공부

[경제공부-부동산] “강남 아파트는 무리지만… 경매는 다르다?” — 기회인가 함정인가

경제서생 2025. 5. 4. 18:46

📘 부동산 카톡방에서 처음 들은 단어, ‘물딱지’

요즘 들어 부쩍 부동산 관련 단톡방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바뀌고 있다. 예전엔 “전세 사기 조심해라” “청약 넣었냐?” 정도였는데, 며칠 전에는 누군가 ‘물딱지’라는 단어를 썼다. 처음 듣는 말이라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경매로 잘못 산 아파트에서 조합원 자격을 못 받아 현금청산만 당하는 물건을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더 흥미로웠다. “요즘 강남은 실거주 의무 때문에 사기 부담스러운데, 경매로 사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더라”, “낙찰가율이 다시 100% 가까이 올랐다” 등등. 대화는 겉으로 보기엔 ‘투자 정보 공유’ 같지만, 사실은 “어떻게든 서울 아파트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었다.

그 대화를 계기로 ‘경매 시장’이라는 낯선 영역에 관심이 생겼다. 강남은 사치라 생각했던 나에게도, 어쩌면 열려 있는 통로일 수 있다는 얘기니까.


📰 다시 살아나는 경매시장, 강남·용산으로 시선 쏠려

최근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이후 이어진 부동산 침체 속에서, 올해 들어 경매 물건 수는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낙찰가율도 두 달 연속 상승 중이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7.9%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탄핵 정국과 비상계엄 여파로 91.8%까지 떨어졌던 수치가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처럼 일반 매매 시 토지거래허가와 실거주 의무가 걸리는 ‘과열지구’ 내 아파트가 경매에서는 예외 대상이 되면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경매로 낙찰받으면 실거주 의무가 없고,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합원 자격 승계 문제도 일반 매매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다. 금융기관 채무로 인해 나온 경매물건은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이후라도 조합원 자격을 승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왜 경매 시장이 다시 주목받는가?

첫째,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과열지구에서는 실거주 요건, 자금조달계획서, 조합원 자격 제한 등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경매 낙찰자는 이 중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다. 법적 지위를 ‘매수인’이 아닌 ‘승계인’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둘째, 시장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심리적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낙찰가율이 100% 가까워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시장 가격 대비 유리한 진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셋째, 하반기 낙찰 물건 급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경매 신청 건수는 약 11만9312건으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이들 물건이 실제 입찰로 넘어오는 시점이 올해 2~3분기라는 점에서, 매물 폭증이 예고되고 있다.


📌 투자 인사이트 3가지

  1. 경매는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전략적 경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재건축 조합원 자격 제한이 있는 지역에서 경매 낙찰은 실질적인 우회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엄격히 붙어 있어, 법률적 검토 없이 접근하면 위험하다.
  2. 낙찰가율 회복은 시장 반등의 ‘선행 지표’일 수 있다
    경매시장은 일반 매매보다 3~6개월 선행한다고 여겨진다. 낙찰가율과 응찰자 수 증가가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주택시장 바닥 다지기의 신호일 수 있다.
  3. ‘싸다’는 이유로 접근하면 오히려 비싸게 살 수 있다
    현금청산 대상인 ‘물딱지’나, 조합원 지위가 없는 물건은 오히려 추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경매 투자는 가격보다 권리 구조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 기회는 분명 있지만, ‘모르면 손해 보는 구조’

경매라는 말만 들으면 예전엔 ‘사채’, ‘차압’, ‘그림자’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제도 안에서 굴러가는 또 다른 매매 방식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매가 쉽다는 건 아니다. 아는 만큼만 기회가 있고, 모르면 그대로 ‘물딱지’를 잡게 되는 구조다. 오히려 일반 매매보다 더 공부가 필요하고, 법적 해석도 중요하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건, 우리가 규제를 피해 선택한 경매라는 통로가 ‘법 테두리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이다. 결국 제도를 잘 이해한 사람이, 같은 물건을 더 유리하게 가져가는 게임이다.

그리고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싸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잘 알고 사는 사람’의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들

  • 경매시장 낙찰가율·낙찰률 추이 (최근 6개월)
  •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비교 (일반 매매 vs 경매)
  • 재건축 조합원 자격 관련 법규와 예외 사례 분석
  • ‘물딱지’ 판별법 및 위험 매물 체크리스트
  • 청약시장 경쟁률과 수도권 신규 분양지 정보

📝 세 줄 요약

  1. 강남·용산 등 과열지구에서는 경매를 통해 규제를 우회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2. 낙찰가율 상승, 물건 급증 예고 등으로 경매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중이다.
  3. 기회는 분명하지만, 경매는 ‘제도 이해와 법률 지식’이 필요한 고지식한 투자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