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경제공부

[경제공부] “한 끼에 50만 원?”—프리미엄 외식이 ‘계급’이 된 시대

경제서생 2025. 5. 5. 09:51

📘 친구 결혼식 대신 파인다이닝 모임?

며칠 전,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였다. 청첩장을 받았는데 “서울 모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조촐하게 저녁으로 한다”고 쓰여 있었다고. 순간, 드레스코드보다 메뉴 가격이 먼저 궁금해졌다고한다. 검색해보니 1인 52만 원. 참석자 대부분이 30대 중반의 직장인인데, 다들 부담 없이 수락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결혼식은 뷔페에서, 미식은 TV 프로그램에서 경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도대체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파인다이닝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걸까? 도대체 이 한 끼에 들어간 ‘값’은 무엇이고, ‘값어치’는 무엇일까?

오늘은 이 낯선 고급 외식의 문화가 가진 경제적 흐름을 따라가 본다.


📰 파인다이닝, ‘경험소비’와 ‘계급취향’의 접점이 되다

삼성카드 블루데이터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이용자 중 30대가 44%로 가장 많았고, 특히 여성 고객 비중이 높았다. 서울 거주자 비율은 62%로 수도권 집중이 두드러졌다.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이들은 단순히 고급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쉐프와의 대화’, ‘공간의 의미’, ‘취향의 확장’을 경험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파인다이닝 1회 평균 결제 금액은 30만~50만 원 이상이고, 50만 원 초과 비중은 2021년 27%에서 올해 54%로 급등했다. 반면 30만 원 이하 가격대는 46%에서 19%로 줄었다.

고급 외식은 점차 ‘일반 외식’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표현 수단, 혹은 **사회적 신호(Signaling)**로 작용하고 있다. 음식이 아닌 ‘나’를 말하는 소비가 된 셈이다.


📊 고급 외식은 왜 지금 이토록 주목받는가?

  1. 경험소비 트렌드와 취향의 고도화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소비는 ‘소유’보다 ‘경험’의 문제다. 누군가는 명품을 사지만, 누군가는 한 끼 식사로 미쉐린의 코스를 선택한다. 둘 다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같다.
  2. 콘텐츠와 플랫폼이 미식 문화를 확장했다
    넷플릭스 <더 셰프 쇼>, <흑백요리사>, 유튜브의 파인다이닝 브이로그 등은 고급 식문화를 ‘낯설지만 궁금한 세계’로 만들었다. 이는 곧 소비자층의 외식 감수성과 접근성을 확장시켰다.
  3. 고급 식문화가 ‘계층 분화의 상징’이 되었다
    50만 원이 넘는 식사는, 단순한 식비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자율성’을 가진 사람의 상징이다. 이는 프리미엄 레스토랑의 주 소비층이 30~40대 고소득·고학력 집단으로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투자 인사이트 3가지

  1. 외식 산업의 고급화는 ‘전문화된 B2C 플랫폼’의 기회
    미쉐린 예약 플랫폼, 파인다이닝 서브스크립션, 전용 예약앱 등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럭셔리 외식 인프라’**가 성장 중이다. 예: 캐치테이블, 오마카세닷컴, 트립레시피 등.
  2. 카드사·데이터기업의 소비 트렌드 분석 역량이 중요해진다
    삼성카드 블루데이터랩처럼, 소비패턴 데이터를 상품개발이나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역량은 이제 신용카드사만의 것이 아니다. 빅데이터 기업과의 협업이나 투자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3. 프리미엄 외식은 식자재·유통 산업까지 ‘연쇄적 파급’
    한 끼 50만 원짜리 식사에는 최고급 식자재, 도자기, 와인, 인테리어, 조명까지 수많은 산업이 얽혀 있다. 외식 산업의 고급화는 고급 유통망, 수입유통기업, 프리미엄 농식품 브랜드에게 기회가 된다.

🤔 결국, 우리는 ‘무엇을 먹는가’보다 ‘왜 먹는가’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인다이닝에 대해 처음에는 낯설고 약간은 배타적인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이건 단지 고급 음식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태도, 취향의 표현, 선택의 자유를 둘러싼 이야기다.

누군가는 “한 끼에 50만 원이면 차라리 해외여행을 간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그 식사에서 느낀 감각이 몇 달을 이끌어준다”고 말한다. 나는 그 둘 모두를 이해하게 됐다.

문제는 ‘파인다이닝이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이처럼 소비 구조가 계층화되고, 그 계층이 소비를 통해 더 분명히 드러나는 현상이다. 그만큼 중간 소비층의 실종, 양극화, 그리고 ‘같은 삶의 경험이 사라지는 사회’가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이 흐름을 이해하는 건, 앞으로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어떤 브랜드가 뜰지를 파악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들

  • 국내 미쉐린 레스토랑 증가 추이와 지역 분포
  • 프리미엄 외식 전용 예약 플랫폼 성장 기업 리스트
  • 30대 고소득층 소비패턴 분석 데이터(카드사·통계청)
  • 프리미엄 농산물·식재료 수입 유통 시장 구조
  • 외식 문화 콘텐츠화 (예: 유튜브 미식기행/브이로그)

📝 세 줄 요약

  1. 파인다이닝은 이제 단순한 외식이 아니라, 취향과 계층을 표현하는 프리미엄 문화가 되었다.
  2. 소비 주도층은 30대 여성, 수도권 거주자로, 가격보다 ‘경험과 콘텐츠’를 중시한다.
  3. 이 흐름은 외식산업 전반의 고급화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브랜딩·식재료 유통까지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