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자기 가족 단톡방이 들썩였다. SK텔레콤을 쓰는 동생이 “유심 교체하러 가야 한다”는 말을 꺼낸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해킹 사고로 인해 유심 정보 유출 우려가 있어 무상 교체 중이라는 것.
그때 떠오른 단어가 바로 ‘이심(eSIM)’이었다. 평소엔 이름만 들어봤지 내 일상과는 별로 관련 없는 줄 알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심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야, 이 기술이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판을 바꾸는 흐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말 알려진 SK텔레콤의 대규모 해킹 사건은 단순한 보안 이슈로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유심(USIM) 정보 유출 우려로 확산되었고, 유심 재고 부족이라는 뜻밖의 문제를 낳았다.
그 결과 SKT 가입자 중 이심으로 전환한 고객 수는 이전 대비 무려 4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이심은 물리적인 유심 없이 스마트폰에 내장된 형태로, 단말기만 있으면 바로 통신망에 연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KT는 셀프 개통 절차 간소화까지 준비하면서, 이심 보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번 이슈에서 눈여겨볼 점은, SKT보다 삼성과 애플이 더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바로 이심이 보편화될수록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설계에 있어 얻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유심 트레이는 스마트폰 내에서 의외로 큰 공간을 차지한다. 이 공간이 없어지면 더 얇은 두께로 설계할 수 있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슬림하고 세련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해진다.
삼성은 곧 갤럭시 S25 엣지 – 역대 가장 얇은 갤럭시를 공개할 예정이고, 애플도 연내 슬림형 아이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이 확보되면서 내부에 더 큰 배터리를 넣거나, 발열을 줄이는 설계가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이심을 쓰면 유심 대비 배터리 사용 시간이 미세하게 개선된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극적으로 체감하긴 어렵지만, 기기 효율성 측면에선 확실한 장점이다.
이심은 단말기 교체 없이 번호 이동·요금제 변경이 가능하다. 미국에선 이미 2022년부터 보편화되었고, 국제 로밍이나 다중 회선 사용에도 유리하다.
향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단말기 설계에선 이심 탑재가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심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기술 같았다.
하지만 이번 해킹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계기를 통해 이심은 갑작스럽게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이건 단순히 부품 하나 바꾸는 게 아니라 기기 전체의 설계와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는 기업들이 앞으로의 모바일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통신사보다도, 삼성과 애플의 전략 변화를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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