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엔 기사 제목만 봤을 땐 그냥 또 하나의 금융 뉴스쯤으로 넘기려 했다.
그런데 “MG손해보험 감액 이전 검토”, “가입자 보장 축소 가능성”… 이 단어들이 눈에 박히는 순간, 나는 문득 정지한 것처럼 굳었다.
나, MG손보 가입자다.
몇 년 전 실손보험과 운전자 보험을 묶어서 가입했고, 매달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왔다. 보장 내역도 만족스러웠고, 뭐 특별히 의심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감액 이전”? 보장을 줄이고, 다른 회사로 계약을 넘긴다고?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MG손보가 매각에 실패했고, 금융당국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계약 이전’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한 계약 이전이 아니라 감액 이전, 즉 보장금액은 줄고, 보험료도 약간 조정되는 방식이란다.
진심으로 어이가 없었다. 내가 보험사 경영이 어려운 걸 알고 가입한 것도 아니고, 매달 약속된 금액을 성실히 내왔는데, 정작 회사가 위기라고 보장을 줄여도 된다고?
그럼 애초에 보험이란 게 ‘위험을 대신 책임지는 계약’이 아니라, 회사 잘되면 지키고 안 되면 말자는 도박이었단 말인가?
이 상황을 정리하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세 가지 걱정이 있다.
1. 지금 보험 해지하면 손해, 그런데 계속 유지해도 손해일 수 있다
감액 이전이 실제로 단행된다면, 내가 받기로 했던 보장은 줄어들고, 새 보험사에서 나를 평가해서 기존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전환될 수도 있다. 문제는, 중도 해지를 해도 지금까지 낸 보험료가 허공으로 날아가고, 새로 보험에 가입하려 하면 나이, 병력 등 불리한 조건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
2. 이건 단순한 회사 문제가 아니라 ‘제도 리스크’다
나는 소비자다. 계약을 지키고, 돈을 냈고, 약속을 믿었다. 그런데 보험사가 어려워졌다는 이유 하나로 내 권리가 조정된다는 게 말이 되나? 국가가 보험산업을 규제하고 관리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소비자 보호 아니었나?
3. ‘보장 축소’는 나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
MG손보뿐만 아니라, 건전성 문제가 있는 중소형 보험사들은 더 있을 수 있다. 나처럼 ‘가격 저렴하니까’, ‘보장 괜찮으니까’ 하며 가입했던 이들은 앞으로도 비슷한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보험이 ‘리스크 회피 수단’이 아니라, 또 다른 리스크로 변모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보험을 비교할 때 ‘보장 범위’와 ‘가격’만 봤다.
그런데 이제는 무조건 회사의 재무 건전성, 신용등급, 자본 비율, 경영 이슈를 먼저 보게 될 것 같다.
보험이라는 게 결국 10년, 20년을 보고 드는 거니까, 그 기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인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MG손보 사태는 나에게 너무나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경고였다.
솔직히 말하면 ‘감액 이전’이라는 말을 소비자가 처음 듣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최소한 가입자들에게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할 기회, 해지나 전환에 따른 대안, 정보 접근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일이 앞으로 다른 보험사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차원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것.
“계약은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의 약속”이라면, 그 약속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건 금융당국의 의무 아닌가?
지금 내가 이 상황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단순히 보장이 줄어들 수도 있어서가 아니다.
진짜 무서운 건, 내가 성실히 계약을 지키고도,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야 보험이라는 상품을 ‘진짜로’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금융 소비자로서, 이런 불안에 놓인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닐 거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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