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말 산책 삼아 부산대 근처를 걸었다. 원래 사람들로 북적였던 골목길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는 걸 보았다. 처음에는 ‘여기도?’, ‘저기도?’ 하며 놀랐는데, 걷다 보니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봤지만, 이렇게 체감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오늘, 관련 뉴스를 보고 이 느낌이 단순한 기분이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전국적으로 상가 공실이 늘어나면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부동산 임대업 대출이 처음으로 2개 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2025년 1분기 말 기준, 부동산 임대업 대출 잔액은 188조 3175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조 8520억 원 감소했다. 이는 201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주요 상업지구의 공실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가로수길은 작년 말 기준 공실률이 39%까지 치솟았고,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최근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활형 숙박시설 역시 소송 문제로 시끄럽다.
전세사기 여파로 주택 임대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꾸준히 늘었던 부동산 임대업 대출이 이제는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현상은 단순한 ‘시장 조정’ 수준을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부동산 임대업은 '버티기'만 잘하면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담보가 있기에 은행도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줬고, 코로나19 팬데믹 때조차 대출 증가세가 이어졌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다르다.
기준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경기 회복도 지지부진하다. 상권 자체의 매력이 감소하면서, ‘버티면 올라간다’는 기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가로수길 같은 핵심 지역조차 40% 가까운 공실률을 기록한 것은 상징적이다. 소비 패턴 변화, 온라인 쇼핑 대세화, 지역 격차 심화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단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원래 부동산, 특히 상가 투자는 어느 정도 보수적으로 보는 편이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좋은 위치에 상가 하나 사두면 노후 걱정 끝”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위치 좋은 곳’이라는 개념 자체가 시대에 따라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달라지면, 아무리 좋은 땅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과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된 지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재편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계속 믿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일 수 있다.
요즘 나는 ‘공간’이라는 자산을 바라보는 눈 자체를 다시 길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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