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와 함께 카페에 앉아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다가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 집 보러 가는 것도 돈 내야 한대."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집을 사거나 빌리는 것도 힘든데, ‘집을 구경하는 데’ 돈을 내야 한다니.
그런데 며칠 뒤, 실제로 공인중개사협회가 ‘임장비’ 도입을 추진 중이라는 뉴스를 접하게 됐다.
나처럼 집을 알아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소식이었다.
이 논란의 중심을 직접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장비’라는 생소한 단어가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임장이란 공인중개사와 함께 부동산 매물을 직접 둘러보는 현장 방문을 뜻한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 임장 과정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목동 등 주요 지역에서는 봄 이사철을 맞아 임장객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지만, 이 중 약 20%는 실수요자가 아닌 '임장크루'로 추정된다고 한다. 임장크루는 집을 실제로 사려는 게 아니라 공부나 투자 연구를 목적으로 임장을 다니는 사람들이다.
이에 공인중개사들은 허탈감을 호소하며, 서비스 비용을 따로 책정해 보상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게다가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중개업소의 경영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2025년 1분기에는 새로 개업한 공인중개사 수보다 폐업한 중개사가 400명 더 많았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임장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여러 매물을 비교해가며 고르는 과정에서 임장비가 쌓이면, 결국 집을 사는 데 드는 간접비용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임장비 도입이 오히려 부동산 중개업 자체를 위축시키고, 직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요금 신설’ 이슈를 넘어, 부동산 시장 구조 변화와 직결돼 있다.
먼저, 부동산 시장 거래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주택 거래량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 경기 둔화, 가격 불확실성 등으로 거래 자체가 얼어붙은 것이다.
거래가 줄면, 공인중개사들의 수익도 급감한다. 이들이 '임장비'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대응일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집을 보러 다니는 것 자체가 소비자에게 '무상'이었지만, 점점 ‘시간과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법률상담, 세무상담이 유료인 것처럼, 부동산 안내도 유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부동산 시장 특성상 ‘여러 번 보고 비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 있다.
한두 번 보고 끝낼 수 없는 상품이다 보니, 임장비 부담이 커질 경우 소비자 선택권이 심각하게 제약될 수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시간을 들여 집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공인중개사의 노동을 공짜로 여기는 것도 옳지는 않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집이라는 인생 최대의 자산을 고르는 데 드는 ‘탐색 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다.
특히 처음 집을 사려는 2030 세대, 또는 이사를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 임장비는 꽤나 큰 허들이 될 수 있다.
집값 자체도 비싼데, 구경하는 데까지 돈을 내야 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중개업소를 찾을까?
결국,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모두에게 부담만 키우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무엇보다 나는, 이번 논란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느꼈다.
과거처럼 ‘중개사무소 몇 군데 돌아다니다 좋은 집 고르던’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 플랫폼, 온라인 매물 정보, VR 투어 같은 비대면 임장 방식이 더 빠르게 확산될지도 모른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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