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동산 관련 카페를 훑어보다 이상한 댓글을 봤다. “우리 아파트는 신고가 20억인데, 실거래는 35억이에요.” 처음엔 오타인가 싶었다. 그런데 같은 지역, 같은 단지에서 ‘공시가와 실제 거래가’가 너무도 다른 글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마침 오늘 나온 뉴스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제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그 차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2025년 1분기, 국세청은 고가 주택과 소형 빌딩 등 총 75건을 감정평가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신고된 금액은 총 2847억 원, 그런데 감정평가 후 확정된 과세 기준은 5347억 원. 평균적으로 87.8%나 높은 수준이었다. 그중에서도 주택은 신고가 대비 무려 103.7% 상승, 즉 두 배 가까운 가격 차이를 보였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서울 청담동의 ‘신동아빌라트’. 연면적 68평의 대형 아파트가 20억 원으로 신고됐지만, 감정가는 40억 원이었다. 더 작은 청담 자이 아파트(15평)가 21억 원에 신고된 상황에서 벌어진 이른바 ‘세금 역전 현상’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어려운 구조다.
이제 국세청은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도 감정평가를 확대하면서, 단순 기준시가가 아닌 시가 기준 세금 부과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고가 아파트와 단독주택은 상업용 부동산과 달리, 실거래가가 잘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대형 평수나 초고가 단지의 경우, 거래 빈도도 적고, 공시가 기준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세금 회피 여지가 컸다.
초고가 부동산의 경우, 의도적으로 낮은 금액으로 신고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이는 사례가 많았다. 세무서가 구체적인 시세 확인을 하지 않는 한, 이를 바로잡기도 어려운 구조였다.
평수가 작은 집이 더 큰 세금을 내고, 고급 주택이 오히려 적은 세금을 내는 이상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역전 구조’는 부동산 보유자의 조세 회피를 합리화하고, 시장의 공정성을 왜곡해왔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는 ‘40억짜리 아파트’는 현실감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 뉴스가 내게 와닿았던 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세금 구조가 얼마나 오랫동안 불균형을 방치해왔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게 이상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구조가 무너진 채, 집값이 오른 걸 ‘세금 전략’으로 활용하는 현실이 이어졌다는 건, 뭔가 씁쓸한 일이다. 이제라도 국세청이 ‘공정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더 늦기 전에 구조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경제공부-부동산] “공실 천국” 대한민국, 부동산 임대업에도 겨울이 오다 (0) | 2025.04.28 |
---|---|
“5억짜리 유튜브 홍보, 값어치는 있었을까?” – 백종원, 인제군, 그리고 세금의 쓰임새 (3) | 2025.04.26 |
[경제공부] “월급쟁이인데, 왜 월급 같지가 않을까?” – 200만 원 이하의 현실 (0) | 2025.04.26 |
[경제공부] 한정판 신발은 남았고, 수익은 사라졌다 – ‘크림’으로 고민 깊어진 네이버 (1) | 2025.04.25 |
[경제공부]“상법 개정 거부” – 기업 보호인가, 기득권 방어인가? (1) | 2025.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