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건설현장 안전사고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요즘 안전관리자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야"라며 혀를 찼다.
그저 농담처럼 들었지만, 오늘 뉴스를 읽고 그 말이 실감 났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확대 1년, 여전히 영세 중소기업들은 안전관리자를 못 구해 애를 먹고 있었다.
정부가 250만 원을 지원해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중처법이 지난해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지만,
영세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안전관리자 채용에 실패하고 있다.
정부는 공동 안전관리자 제도를 운영하며 인건비 250만 원을 지원했지만,
2024년 기준 채용률은 60% 수준에 그쳤다.
사업 마지막 해인 올해도 목표 인원(400명) 대비 절반 정도밖에 채우지 못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 명의 안전관리자 인건비(400~500만 원 수준)를 감당하기 어렵고,
안전관리자들은 여러 사업장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보다 단일 사업장 근무를 선호한다.
결국 지원금도 실질적인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안전관리자 인력 양성도 더디다. 정부는 2026년까지 2만 명을 목표로 세웠지만,
연간 양성 인원은 아직 3000명에도 못 미친다.
이번 이슈는 몇 가지 중요한 경제적, 사회적 흐름을 드러낸다.
첫째, 법과 현실의 괴리다.
법은 강화됐지만, 인력 수급이나 재정적 지원 등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사업주들은 과태료나 처벌 리스크를 감수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둘째, 안전관리자의 공급 부족이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
결국 시장에서 안전관리자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셋째, 중소기업 경영난 심화다.
안전이 아무리 중요해도, 눈앞의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다면
영세 사업주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산업 전반의 안전 수준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나는 솔직히 중처법이 처음 시행됐을 때, "좋은 법"이라고 생각했다.
안전은 모든 일의 기본이고,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너무나 많은 사고를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기사를 읽으며 느낀 건, 아무리 좋은 법도 현실을 무시하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영세기업들은 비용과 생존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하고 있다.
안전을 강화하려면, 단순히 규제만 강화할 게 아니라,
현장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 재정, 인식 개선까지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무엇보다 '귀한 몸'이 되어버린 안전관리자들을 단순히 채용 숫자로만 볼 게 아니라,
이들이 진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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