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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만에 만드는 유령총”—총보다 빠른 공포, 그리고 총기주의 주식의 역설

직장인의 경제공부

by 경제서생 2025. 5. 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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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넷플릭스 대신 본 건 유튜브였다

요즘은 밤에 넷플릭스를 보다가 종종 유튜브로 흘러가곤 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 제목이 눈에 띄었다. “30분이면 뚝딱, 유령총에 떨고 있는 미국.” 미국 얘기겠지 싶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해졌다.

“총이 아니라 부품입니다. 우리는 나사를 팔았고, 소비자는 조립했을 뿐입니다.”
“15분 만에 조립 완료, 가격은 단돈 50만 원.”

이게 게임 이야기라면 웃으며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프라모델처럼 조립하는 총기, ‘고스트 건(Ghost Gun)’이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고, 그 중 일부는 살인사건에 실제 사용되었다.

경제 뉴스, 주식시장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이날은 ‘무기 시장’의 구조가 경제만큼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총기 자유화가 오히려 총기 회사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역설이었다.


📰 3D프린터와 부품 배송으로 완성되는 ‘고스트 건’의 시대

고스트 건은 조립식 비등록 총기다. 인터넷에서 부품을 주문해 자택에서 직접 조립하는 방식인데, 완성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 과거엔 ‘80% 미만 조립 상태’는 총기로 취급되지 않았고, 따라서 신원조회 없이도 구매가 가능했다.

이러한 허점을 파고든 불법 아닌 ‘합법 무기’가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총기 사건 현장에서 회수된 총기 중 최대 50%가 유령총이었고, 추적도 되지 않는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이 유령총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일련번호 부착과 신원확인을 포함한 행정명령을 추진했고, 대법원도 5대 4로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2025년 트럼프 행정부가 재등장하며 관련 규제 철회를 지시했고, 다시 혼란이 시작됐다. 동시에 놀라운 현상 하나가 발생했다. 총기 규제를 완화하면 총기 판매가 줄고, 총기 회사 주가도 떨어진다는 ‘트럼프 슬럼프’ 현상이 그것이다.


📊 총기 자유화가 총기회사를 죽인다? 수요심리의 역설

  1. 총기 규제가 강화될수록 매출은 오르고, 주가도 오른다
    규제가 발표되면 소비자들은 “앞으로 못 살까 봐” 서둘러 구매한다. 이른바 ‘총기 FOMO(Fear of Missing Out)’다. 금지 전에 사두려는 심리, 불안감이 판매를 자극하는 구조다.
  2. 트럼프 당선 시기마다 총기회사 주가는 급락했다
    스미스 앤 웨슨 같은 미국 대표 총기 회사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항상 주가가 떨어졌다. 총기 규제가 약해지면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구매 시점이 미뤄지는 것이다. 수요가 늦춰지면 매출도 하락한다.
  3. 정책이 아니라 심리가 시장을 움직인다
    실질적 변화보다도 ‘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감’이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즉,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뉴스만 나와도 총기주 주가는 오른다. 실현되든 아니든 말이다.

🤔 금지당할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심리

처음에는 그저 충격적인 범죄 수단으로만 보였던 고스트 건. 그런데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니, 이게 단지 범죄 도구가 아니라 심리, 소비, 정책, 정치, 투자가 얽힌 복잡한 생태계였다.

“규제되면 더 팔린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코브라 효과’라 부른다.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가 오히려 그 문제를 악화시키는 현상이다. 고스트 건 규제처럼, 총기 규제가 총기 판매를 촉진하는 상황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마치 투자시장에서도 유사한 일은 빈번하다. 강력한 재건축 규제 발표가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제 진짜 못 사겠다’는 두려움이 수요를 자극한다.

이걸 보며 생각한다.
심리란, 경제보다 더 복잡한 변수일지도 모른다고.

 


📝 세 줄 요약

  1. 조립형 총기 ‘고스트 건’은 미국에서 총기 규제의 사각지대를 파고들며 급속히 확산되었다.
  2. 놀랍게도 총기 자유화는 총기 회사의 매출과 주가를 하락시키는 역설을 만들고 있다.
  3. 시장은 법보다 심리에 민감하다—정책 방향보다 ‘두려움의 강도’가 수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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