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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부] “연봉 3천으로 미국 공장 보내겠다고?” — 반도체 공룡들의 ‘글로벌 역설’

직장인의 경제공부

by 경제서생 2025. 5. 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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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가면 성공’이라는 공식은 끝난 걸까?

며칠 전,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와 커피를 마시다가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TSMC가 미국에 공장 짓고도 수천억 적자야. 사람은 대만에서 뽑아서 미국에 보내는데, 연봉이 3천만 원대래.”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진짜였다.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애리조나와 독일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만에서 뽑은 어학 인력을 연봉 3,300만 원 수준으로 파견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진출 = 글로벌 확장 = 수익 증가’라는 공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시대인가? 반도체, 그 복잡하고 정밀한 산업에서조차 수지가 맞지 않는다면, 이건 구조적인 변화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라는 말이 더 크게 들려왔다.


📰 TSMC의 인건비 절감 채용, 삼성에도 닥칠 현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최근 대만 본사에서 독일과 미국 공장에 파견할 어학전문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이들의 연봉은 75만 대만달러(약 3,340만 원).

하지만 이들이 투입될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물가는 대만보다 몇 배 이상 높다. 현지에서는 “이 월급으로는 생활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TSMC는 2020년부터 미국에 120억 달러(약 17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애리조나 공장에서만 6,200억 원 넘는 적자가 발생했고, 독일·일본 공장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

인건비 상승, 공급망 비용, 낮은 생산성 등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TSMC의 미국·유럽 공장은 아시아 대비 최대 35% 비싸게 운영된다는 것이 맥킨지 보고서의 분석이다.

그리고 이 구조는 삼성전자에게도 닥칠 일이다. 삼성은 텍사스 테일러에 2025년 양산을 목표로 대규모 파운드리 팹을 완공 중이다. 하지만 미국 내 반도체 인재 부족, TSMC·인텔과의 경쟁, 인건비 상승이라는 똑같은 조건이 기다리고 있다.


📊 반도체는 왜 ‘공장만 지으면 수익’이 아닌 구조가 됐나?

  1. 인건비 구조가 결정적인 리스크가 되다
    TSMC와 삼성의 아시아 공장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고정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엔지니어 평균 연봉이 10만 달러를 넘고, 추가 근무 수당, 세금, 복지 비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2. 공급망 불안과 물류비 폭등이 수익성 압박
    특히 미국 내에서는 반도체용 원재료, 화학물질, 클린룸 장비 등을 수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공급망 비용이 아시아보다 크게 오른다. 반도체는 공장만이 아니라 ‘생태계’가 필요한 산업이다.
  3. ‘정치적’ 투자가 된 글로벌 확장
    TSMC의 미국 공장, 삼성의 텍사스 공장 모두 정치적 요청과 반도체 안보라는 전략적 이유로 추진된 측면이 있다. ‘경제성’보다는 ‘지정학적 대응’이 앞선 결과, 수익성은 뒷전이 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 투자 인사이트 3가지

  1. 미국 반도체 투자, 단기 수익보다 장기 기술 주권에 초점
    TSMC와 삼성은 모두 미국 정부의 압박 속에서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단기 수익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기술주권과 북미 고객사 유치라는 전략적 이익을 겨냥하고 있다. 단기 수익성만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긴 어렵다.
  2. ‘글로벌 생산 분산’은 리스크 헤지지만 수익률은 낮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공장의 지역 다변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설비비용, 운영비용, 관리복잡도 증가로 이어진다. 고정비 부담이 큰 기업보다 IP(설계) 중심 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
  3. 현지 인건비 리스크는 ‘로컬 채용·로컬 자동화’로 해소 가능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선택하는 전략은 ‘로컬 인재 육성’과 ‘자동화 설비 확대’다. 반도체 기업도 점차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화 장비 기업이나 HR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간접 수혜를 고려해볼 만하다.

🤔 ‘공장을 짓는다는 것’이 다시 무겁게 느껴진다

공장을 짓는 건 예전엔 ‘투자의 상징’이었다. 일자리, 성장, 지역경제, 기술력까지 상징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반도체 공장은 수천억 적자를 각오해야만 돌아가는 구조가 됐다.

이걸 과연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생존의 조건’에 가까운 것일까?
삼성이나 TSMC 같은 기업들도 이익보다 ‘위치’를 택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나는 이 흐름이 단지 반도체만의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인건비 격차가 커지며,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수익성보다 전략이 우선되는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그럴수록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할까? 숫자보다 구조, 손익보다 선택의 맥락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뜻일지 모른다.


🔍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들

  • 삼성·TSMC의 미국 내 인건비 구조 및 고용 방식 비교
  • 반도체 설계(IP) 기업 vs 제조기업의 수익성 추이
  • 미국 반도체 보조금 정책과 인센티브 수혜 구조
  • 자동화 설비 및 HR 기술 스타트업 투자 동향
  • 2025년 미국·유럽 신규 팹 완공 일정 및 수요예측

📝 세 줄 요약

  1. TSMC는 대만 인력을 연봉 3천만 원대에 미국 파견하며 ‘비용절감형’ 해외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2. 높은 인건비, 물류비, 공급망 비용 등으로 미국·유럽 반도체 공장은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
  3. 삼성 역시 동일한 리스크에 직면했으며, 반도체 투자에서 수익성보다 지정학적 전략이 앞서는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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