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랑 만났을 때, “요즘 영화 뭐 재밌어?”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뜻밖이었다. “마인크래프트 봤어?”였다.
나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마인크래프트? 그거 게임 아니었나? 아이들이 하는 거?
“아니 그걸 극장에서 봐?”
“야, 미쳤어. 팝콘 던지고 난리야. 잭 블랙도 나와.”
나는 그 말을 듣고 처음엔 웃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넷플릭스도 있고, 디즈니플러스도 있고, 유튜브도 있는데, 지금 영화관에서 사람들이 팝콘을 던지고 있다는 거다. 그것도 10대뿐 아니라 20대, 30대까지.
호기심이 생겼고, 자연스레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의 흥행이 단순한 ‘어린이용 성공작’이 아니라, 지금의 콘텐츠 소비 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 경제적 흐름임을 알게 됐다.
2025년, 전 세계 극장가는 위기다. 코로나 이후 회복세를 기대했지만, 한국은 관객 수가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고, 헐리우드는 디즈니조차 연이어 참패 중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2025년 현재 전 세계 흥행 2위, 미국 기준 1위를 기록 중인 영화가 나왔다.
그 이름은 바로 ‘마인크래프트 실사 영화’.
예고편은 혹평 일색이었다.
하지만 관객 평점은 87점, 오프닝 수익은 해리포터·배트맨도 제쳤다.
심지어 중국에서까지 흥행하며, 미국 영화의 반감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작품이 되었다.
마크는 아이들의 게임이 아니다.
10년 전 마크를 하던 아이들은 이제 20대가 되었고, 그들은 지금도 그 게임 속 세계관에 머물러 있다.
그들이 원하는 건 **현실로 구현된 ‘그 시절 내 디지털 놀이터’**였고, 그 감정이 영화관에서 팝콘을 던지게 만든 것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팔던 상품이 오히려 어른이 되면서 매출을 폭증시키는 구조는 이미 레고에서 입증됐다.
마크 영화는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참을 생각했다. 왜 저들은 그렇게 열광할까.
나도 어릴 때 디아블로를 했고, 워크래프트 영화를 봤을 땐 잠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그건 단지 ‘내가 알던 세계’가 눈앞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잘 만들었느냐 못 만들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자신의 추억이 움직이는 장면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인크래프트 영화’의 성공은
어린이 콘텐츠의 확장이 아니라, 어른이 콘텐츠의 완성형일지도 모른다.
지금 영화산업이 진짜로 회복하려면, 기술보다 추억을 불러오는 감정 설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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