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참치캔을 고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브랜드가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한국에서 참치캔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동원F&B’는 참치캔의 대명사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오늘 경제 뉴스를 보다 뜨악했다.
**‘동원F&B 상장폐지’**라니.
도산한 것도 아니고,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내가 주식 초보일 때 처음 사본 종목 중 하나였던 이 회사가 시장에서 사라진다고 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왜 지금 이 시점에 이런 결정을 했을까. 단순한 구조조정일까? 아니면 글로벌 확장을 위한 포석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꽤 흥미로운 흐름이 보였다.
동원그룹은 2025년 4월 14일, 동원F&B를 상장폐지시키고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사는 1대 0.9150232의 비율로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했고, 오는 6월 11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주식교환 후 동원산업은 신주를 발행해 동원F&B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7월 31일을 기점으로 동원F&B는 상장폐지된다.
동원그룹 측은 이번 결정을 글로벌 식품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사업구조 재편으로 설명했다. 향후 동원홈푸드, 스타키스트, 스카사 등 식품 관련 자회사들을 하나로 묶어 '글로벌 식품 디비전'으로 운영하고, 연구개발(R&D) 투자도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언뜻 보면 상장폐지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퇴출’, ‘정리’, ‘한물감’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동원F&B 사례는 그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몇 가지 중요한 맥락이 있다.
첫째, 이번 상장폐지는 오너 일가의 승계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동원그룹은 김남정 회장이 이미 안정적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고, 주식교환도 자본시장법 기준에 맞춰 진행된다. 불투명한 내부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식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제한적이다.
둘째, 이 과정은 **M&A를 염두에 둔 '실탄 확보와 조직 집중화 전략'**이다. 기존의 동원F&B는 자금력이 한정돼 있어 글로벌 인수합병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동원산업이라는 상장 지주사 체제를 통해 통합 자금운용과 전략 집행이 가능해진다.
셋째, 해외 확장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22%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확대한다는 계획은 숫자로 보나, 시장 흐름으로 보나 꽤 현실적이다. 특히 미국 자회사인 스타키스트의 유통망과 함께 제품 결합, R&D 통합 등 시너지 효과는 기대할 만하다.
사실 동원F&B 하면 참치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나도 예전엔 그냥 ‘캔 만드는 회사’쯤으로만 봤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가려는 전략까지는 눈여겨보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키스트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을 겨냥했고, 연구개발 투자까지 확대하려는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제품 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식품 브랜드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포석처럼 느껴진다.
요즘엔 한 기업이 어떤 ‘제품’을 파는지가 아니라, 어떤 시장을 상상하고 그려가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원F&B의 상장폐지가 단지 하나의 종목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한국 식품기업의 다음 챕터가 시작되는 신호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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