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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시절에도 돈 줘야 하나?…10년 후 날아온 '성과급 소송'

직장인의 경제공부

by 경제서생 2025. 4. 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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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땐 그냥 배우는 거 아니었나요?”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회사에서 ‘인턴’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출근했던 그 시절, 계약서에는 ‘교육과 실습 중심’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실제 업무는 그야말로 풀타임 실무였다. 선배들 퇴근하고 남아 야근도 했고, 고객 응대도, 보고서 작성도 도맡아 했다.
그땐 그냥 “배우는 입장이니까…” 하고 넘어갔지만, 만약 그 기간도 근무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10년 뒤, 그 기간 동안 안 줬던 성과급을 달라고 하면—법적으로 가능할까?


⚖️ 도로공사 인턴 출신 425명, 10억 원 소송 승소

최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채용형 인턴으로 일했던 근로자 425명이 회사를 상대로 “우리는 차별받았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들은 2011년과 2018년경 ‘채용형 인턴’으로 도로공사에 입사했다가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인턴 당시 성과급은 받지 못했다. 설날·가정의 달·여름휴가 등 각종 성과급 지급 기준에서 ‘인턴 근무 기간’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인턴은 어디까지나 ‘교육생’이고, 실적이나 성과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달랐다.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했다면 차별 처우는 불법”이라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 교육생인가, 저렴한 근로자인가?

이 판결은 단순한 성과급 지급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턴=싸고 편한 노동력’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인턴들에게 예산·회계·세무관리, 품질감독, 계약관리 등 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핵심 업무를 맡겼다. 심지어 일부는 ‘과장’ 직급 수준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성과급은 못 준다는 주장이 과연 상식적인가?

법원도 이 부분을 주목했다.
“단순 보조가 아닌 본질적으로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였다.”
결국, 이름만 인턴이지 실질은 근로자였다면, 법적 보호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판례가 만들어진 셈이다.


📌 투자 인사이트 3가지

  1. 공기업의 인사 리스크는 ‘비용’으로 돌아온다
    – 인턴에게 저렴한 인건비로 정규직 업무를 맡기면 단기적으로는 인건비가 줄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송비용과 손해배상으로 돌아온다. 인사 시스템은 곧 재무 리스크다.
  2. 사기업도 인턴제 점검 필요
    –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 사례지만, 판례의 논리는 사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채용형 인턴제를 운영하거나 계약직 전환 구조를 가진 기업은 향후 법적 소송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3. ESG 관점에서 ‘노동투명성’은 기업가치에 영향
    – ‘착한 기업’, ‘공정한 채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인턴 대상 부당노동 문제가 ESG 평가에 포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턴 제도 하나에도 기업 평판이 달렸다.

🤔 ‘인턴’이라는 이름의 애매한 노동

나는 이 판결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한편으로는 “이걸로 10년 전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 싶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나도 그때 회사에 기여한 게 있었는데, 왜 아무것도 없었지?” 싶은 억울함도 들었다.

우리는 그동안 ‘인턴’을 마치 일종의 사회 훈련 프로그램쯤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했나.
야근도 했고, 고객도 상대했고, 중요한 회의도 들어갔다.
그런데 임금과 처우는 “배우는 중이니까…”라는 한마디로 정리됐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도로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이 이름만 바꿔 부른 ‘저렴한 근로자’ 시스템에 메스를 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인턴’이라는 이름에 숨겨진 노동의 가치를 다시 평가할 때가 아닐까.


🔍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들

  • 인턴과 수습의 노동법적 지위 구분: 실무 수행 여부가 근로자 판단 기준
  • 성과급/퇴직금 등 복리후생의 소급 가능성: 유사한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
  • 공공기관의 인사 운영 매뉴얼 재검토: 채용형 인턴제도 재설계 필요
  • 사기업 인턴 프로그램의 실무 실태 점검: 업무 분장, 교육 수준의 투명성 요구

📝 세 줄 요약

  1. 한국도로공사 채용형 인턴 출신 425명이 10억 원 상당의 성과급 소송에서 승소했다.
  2. 법원은 “정규직과 유사 업무를 수행했다면 인턴도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3. 이번 판결은 인턴제도의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을 보여준다—‘교육생’이 아닌 ‘근로자’였다면, 이제는 대우도 그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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