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침, 스마트폰 뉴스 알림을 받고 나는 잠시 멈춰 서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26일 거행”… 한 세기의 마지막 장면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선종했다는 소식은 하루 전 이미 접했지만, 막상 장례 일정이 구체화되자 감정이 조금 더 깊어졌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특별한 리더로 기억해왔다. 단지 종교계 인사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윤리적 지표 같은 존재였다. 그가 남긴 말, 행동, 침묵, 심지어 거절까지도 하나하나가 메시지였고 철학이었다. 장례식 날짜가 정해졌다는 뉴스 한 줄이, 이렇게 나의 일기장을 열게 만들 줄은 몰랐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은 오는 4월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그의 시신이 현재 산타 마르타 예배당의 관 속에 안치돼 있으며, 장례 후에는 본인의 유언에 따라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에 간소하게 묻힐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1일 오전 7시 35분경, 뇌졸중과 심부전으로 선종했다. 향년 88세. 즉위 12년 만의 일이었다. 장례는 통상 7일 안팎의 기간 동안 진행되며, 이번 역시 6일 간의 절차를 밟게 된다. 교황청은 관저를 공식 봉인했고, 추기경단 회의를 통해 장례의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한국에서도 대구 주교좌계산대성당 등에 분향소가 마련되어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는 이름부터 파격이었다. 그는 교황 역사상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했다. 청빈과 박애를 상징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본받겠다는 의미였다. 이 이름 하나에 그가 어떤 교황이 될 것인지가 모두 담겨 있었다.
2013년 즉위 이후, 그는 단순히 ‘교황’이라는 직위에 머물지 않았다. 실천적 행동가이자 전 지구적 도덕 리더였다. 유럽의 난민 위기 한복판에 선 그는 난민 아동의 손을 잡았고,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회칙 *Laudato Si’*를 발표해 전 세계 환경운동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었다.
그는 ‘포용’과 ‘연대’를 핵심 메시지로 삼았다. LGBTQ에 대해 “누가 그들을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며 가톨릭 내 금기시된 주제에 인권적 접근을 시도했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경제는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궁 대신 일반 게스트 하우스인 산타 마르타에 머물며 스스로를 ‘가난한 자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제, 죽음 앞에서도 가장 검소하고 조용한 퇴장을 선택했다.
정치인이나 CEO는 많다. 그러나 시대정신을 상징한 인물은 흔치 않다.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그런 사람 중 하나로 기억한다. 그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권위보다는 겸손으로, 통제보다는 공감으로 세상을 움직였다.
내가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건, 단지 한 인물이 떠났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의지하던 어떤 기준점이 사라졌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럴 땐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면 뭐라고 했을까?” 하고 스스로를 다잡게 만드는 존재. 그는 그런 리더였다.
그리고 그런 리더는, 시대가 길이 기억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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