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로벌 시장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500달러를 넘겼고, 달러 가치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주식도, 채권도, 하나같이 미국 자산은 ‘팔자’에 돌입한 분위기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다.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중심엔 트럼프가 있었다. 다시 대선 국면에 들어선 그는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연준의 독립성에 날을 세우며 ‘시장 흔들기’에 나섰다. 누군가는 이걸 ‘정치’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시장에 대한 위협’이라 부른다. 중요한 건 투자자들이 이 상황을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4월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스터 투 레이트(Too Late)”라는 별명까지 붙이며 금리 인하를 즉각 요구한 것이다. 이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즉,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 주식, 채권 모두를 팔고 금, 엔화, 독일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 정책에 대한 시장의 경고”로 해석한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축을 살펴야 한다. 하나는 정책 신뢰도, 다른 하나는 통화의 신뢰도다.
중앙은행의 가장 큰 무기는 ‘독립성’이다. 정부와 분리되어 정치적 압력 없이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시장도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압박은 이 신뢰를 흔들고 있다. 오스틴 굴즈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독립성 침해는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는 ‘금리 내려라’를 외치지만, 시장은 그걸 경기부양이 아닌 포퓰리즘으로 받아들인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된 상황에서 금리까지 낮추겠다고 하면 달러 자산에 대한 중장기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자금은 미국을 떠났다. 하지만 이번엔 자산 전반의 동시다발적 매도가 이뤄지고 있다. ‘셀 USA’는 단기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숫자와 데이터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깔린 심리는 정치적 신뢰와 안정성에 더 민감하다. 특히 미국처럼 세계 경제의 중심인 나라가 방향을 잃기 시작하면, 그 영향력은 수십 배 증폭되어 전 세계를 흔든다.
나는 이번 트럼프-파월 충돌을 보며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까지 자본의 흐름을 바꾸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셀 USA’는 숫자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심리의 발로다. 시장은 계산보다 신뢰로 움직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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