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관련 뉴스는 참 묘하다. 집값이 오르는 것도, 내리는 것도 아니고, 뭔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주택가를 걷다 보면 예전처럼 활기찬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실제로 나도 최근 친구와 전셋집을 알아보러 돌아다니면서, ‘문은 열려 있는데 사람이 없는’ 중개업소를 꽤 여러 번 마주쳤다.
“봄 이사철이 맞긴 한가?” 싶은 마음이 들 무렵, 이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장롱 면허 된다”**는 제목. 단지 몇몇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통계로도 확인되는 흐름이었다. 한때 ‘국민 자격증’이라 불렸던 공인중개사 자격이 지금은 왜 이렇게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을까?
2025년 1분기, 공인중개업계에 불어닥친 변화는 이렇다:
게다가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도 급감했다. 2021년 27만 명에 달했던 응시자 수는 2023년엔 14만8000명으로 반 토막났다. 이는 단지 수요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의 징후일지도 모른다.
공인중개업의 수익은 철저히 거래량에 비례한다. 하지만 주택 거래량은 2021년 100만 건에서 2022년 50만 건으로 급감했고, 2023년에도 64만 건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에선 매매보다 전월세 위주 거래가 대다수다.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개업 자체가 리스크가 되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C2C 플랫폼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당근마켓만 해도 2021년 268건 → 2023년 5만9000건으로 221배 증가. 보증금이 적은 원룸·오피스텔 위주 직거래가 많아지면서, 대학가·도심 소형주택 중심의 중개업소 타격이 컸다.
전세사기, 허위매물, 불친절 등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다. 여기에 중개보수가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구조적 문제라 주장하지만, 소비자 인식은 다르다.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 간극이 커지고 있다.
나는 한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뛰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자격만 따면 평생직업이 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과거의 모델’을 기준으로 한 기대였다.
중개업은 기술보다 신뢰, 신뢰보다도 환경 변화에 민감한 업종이다. 수요, 법제, 기술, 사회적 인식이 조금만 바뀌어도 금세 흔들린다. 지금처럼 장기 불황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오는 시기에는, ‘자격증’ 하나로 안정적 삶을 보장받는 시대는 끝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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