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크림(KREAM)’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게 그렇게 잘 나갈 줄은 몰랐다. 내가 아는 몇몇 친구들은 조던이나 슈프림 한정판 스니커즈를 들고 인증샷을 올리며 이걸로 “돈 좀 벌었다”고 말하곤 했다. 소비가 곧 투자였던 시절, 리셀은 하나의 문화였고, 크림은 그 문화를 플랫폼으로 구현해냈다. 그런데 불과 몇 년이 지나니, 유니콘 타이틀을 달았던 이 플랫폼이 다시 ‘존폐 기로’에 섰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나는 생각했다. “한정판 열풍이 이렇게 빨리 식을 줄, 네이버는 몰랐을까?”
네이버가 운영 중인 리셀 플랫폼 크림은 현재 누적 결손금이 4141억 원에 달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설립 초기에는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 소비 침체와 경쟁 심화, 수익성 부진이 겹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2023년 말에는 알토스벤처스로부터 50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이후 매출 성장률은 급속히 둔화됐다. 2022년 1300%였던 매출 증가율은 2023년 166%, 2024년에는 45% 수준으로 하락했다. 검수와 물류에 드는 고정비 부담도 수익성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의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StockX)’와 손을 잡는 JV 설립 또는 지분 매각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JV가 성사되면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겠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결정은 없는 상태다.
크림의 부진은 단순한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다. 이 플랫폼이 성장했던 배경과 지금의 현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판 스니커즈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20대~30대가 중심이 된 MZ세대의 정체성 소비가 크림의 성장 동력이었다. 하지만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감성소비는 크게 위축되었다.
리셀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가 아니라 검수, 물류, 고객 서비스 등 복잡한 오프라인 요소가 동반된다. 특히 고가 한정판 거래 특성상 작은 실수도 치명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운영비와 리스크가 높다.
한때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졌던 리셀 시장이 이제는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 국내에서는 크림 외에도 아트모스, 무신사 스토어 등이 경쟁자로 떠오르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톡엑스, 고트(GOAT), 소다(SODA) 등 강자가 포진해 있다.
사실 나도 리셀 플랫폼을 한두 번 써봤다. 한정판 운동화에 ‘투자’라며 설렜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진짜 뭔가 새로운 경제 흐름을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 열기는 너무 쉽게 사그라들었다. 시장의 감정은 늘 빠르고, 그만큼 기업의 전략도 유연해야 한다는 걸 다시 느낀다.
네이버 같은 거대 플랫폼조차도 한 번의 선택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크고 작은 기업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모델은 진짜 지속 가능한가?” 나 자신에게도 던지는 질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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