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명절 때마다 친척 어른들이 꼭 물어보는 게 있었다. “결혼은 언제 하니?” 그 질문이 부담스러워서 명절을 피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질문을 듣는 일도 거의 없다. 주변에서도 결혼을 늦추거나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 한때는 ‘언젠가 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 ‘언젠가’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오늘 읽은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 결과는 이 같은 변화를 수치로 확인해주는 자료였다. 미혼 남성과 여성 모두 결혼을 '선택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 이유를 남녀가 서로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이 차이를 들여다보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또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2024년 10월, 전국의 20~44세 미혼 및 기혼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의 41.5%, 미혼 여성의 55.4%가 결혼 의향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결혼 조건에 대한 인식도 엇갈렸다.
예컨대 남성 응답자의 97.3%가 '배우자가 육아와 가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86.6%만 그렇게 생각했다. 반대로 '전세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출산 의향 역시 여성(59.1%)이 남성(41.6%)보다 ‘의향 없음 또는 미정’ 비율이 높았다.
이 조사는 단순한 현상 나열을 넘어 결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나도 이제는 ‘결혼은 필수’라는 말보다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 결혼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많이 봐왔고, 때로는 그게 더 용기 있어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이런 변화가 결국은 ‘결혼하고 싶지만 못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덮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용, 사회적 기대, 커리어 단절… 이 모든 장애물들이 사라진다면, 정말 아무도 결혼하지 않을까?
우리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구조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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