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구글 서비스를 쓴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고, 지메일로 업무를 정리하며, 구글 맵으로 길을 찾고, 검색은 당연히 구글이다. 이쯤 되면 내가 구글에 기여하는 시간만 해도 꽤 될 것 같은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쓰는 만큼, 구글도 한국에 기여하고 있나?"
이런 의문을 품고 있던 차에 오늘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보게 되었다. 구글이 작년에 한국에서 6,000억 원 넘게 벌었는데, 낸 세금은 240억 원 정도라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세율이 4%도 안 된다. 이쯤 되면 도대체 뭘 믿고 이런 구조가 유지되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구글의 한국 내 실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글코리아는 2024년 한 해 동안 매출 3,869억 원, 영업이익 35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9%, 52.2% 증가한 수치다. 주 수익원은 유튜브와 구글플레이를 비롯한 광고 재판매 수익이다.
클라우드 부문인 구글클라우드코리아는 1,778억 원의 매출과 19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구글페이먼트코리아는 682억 원의 매출과 4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세 법인의 총 매출은 6,328억 원, 영업이익은 595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이 납부한 법인세는 고작 240억 원. 이 중 구글코리아는 173억 원, 나머지는 클라우드 및 페이먼트 법인이 낸 금액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표면적인 수치는 국내에 등록된 법인의 실적일 뿐이다. 실제로 구글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아시아퍼시픽(Google Asia Pacific)'으로 이전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앱마켓 매출 등은 대부분 싱가포르 법인의 몫으로 처리되고, 이에 따라 한국 내 과세 대상 매출이 축소된다.
가천대 전성민 교수와 한양대 강형구 교수는 구글이 2023년에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들인 매출을 약 12조 1,35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 추정대로라면 구글은 실제 벌어들인 돈의 20분의 1 정도만 한국 법인 매출로 신고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부과되어야 할 법인세는 최대 5,180억 원이 되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의 납부세액인 240억 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다.
사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던 구조였고, 다국적 기업들이 이렇게 운영된다는 건 흔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걸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이는 내 태도에 대해서는 좀 고민이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세금을 줄이고 싶어 한다. 문제는 그 결과로 피해를 보는 쪽이 소비자이자 납세자인 우리라는 사실이다.
나는 구글 서비스를 매일 쓰면서도, 이 회사가 한국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따져보지 않았다. 소비자로서의 만족감과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은 별개다.
‘정당한 세금 납부’라는 기준이 모호해진 시대, 나는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판단하고 신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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