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이 정도면 하나쯤…”
다이소에서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이다. 나는 다이소에 갈 때마다 계획에 없던 물건들을 한두 개씩—아니 솔직히 서너 개씩—계산대에 올려놓고 만다.
클립 하나, 정리함 하나, 계절 한정 귀여운 소품까지.
단가가 낮아 부담도 적고, 한두 개쯤은 괜찮겠지 했는데 계산해 보면 은근히 나오는 액수.
그런데 그런 구매들이 모여 다이소의 연매출이 4조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물가가 오를수록 ‘합리적 소비’에 더 끌리는 건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2025년 4월 14일 발표된 아성다이소의 실적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의 매출은 3조96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711억 원, 전년보다 무려 41.8%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다이소는 “올해에도 고객 중심 경영을 핵심으로 삼아,
균일가 상품의 품질과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이소가 처음 한국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싸구려 잡화점’ 정도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이소는 ‘싼 가격에도 쓸 만한 품질’을 갖춘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다이소가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넘어,
브랜드 기획력과 상품 구성의 정교함까지 확보했다는 것이다.
‘균일가’ 전략은 소비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1000원, 2000원, 3000원 단위의 가격이 대부분이며,
최근엔 5000~1만원대 상품군도 자연스럽게 섞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여긴 싸니까”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갑을 연다.
이건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의 결과다.
그 신뢰는 곧 매출로 연결된다.
크리스마스 시즌, 벚꽃 시리즈, 여행 용품 세트 등
‘계절 맞춤형 기획 상품’은 단순 잡화를 감성 소비로 바꾼다.
SNS에 ‘#다이소하울’이라는 해시태그가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는 “이 정도면 써볼만 하지”라는 기대감을 안고 구매하고,
사용 후 만족스러우면 반복 구매로 이어진다.
이런 마이크로 반복 소비 패턴은 다른 소매점과의 결정적인 차별점이다.
다이소는 전국 14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거대한 물류창고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통해 공급 단가를 낮춘다.
이는 곧 원가율 절감으로 이어져 **영업이익률 9.3%**라는 숫자를 만들어낸다.
동종 업계 소매 유통업체들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싸서’ 좋다기보다는,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면 나쁘지 않지’라는 심리 때문이다.
다이소는 내가 합리적인 소비자처럼 느껴지게 해주는 브랜드다.
이게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감정의 설계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싸고 귀엽고 쓸 만한 것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걸,
다이소는 가장 잘 알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