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천공항에서 아주 특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일본어로 적힌 여행 가방 옆에 큼직한 쌀 포대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서 일본인으로 보이는 중년 부부가 번갈아 가며 그 쌀 포대를 끌고 있었다. 처음엔 "왜 한국까지 와서 쌀을 사가지?" 싶었는데, 곧바로 떠오른 건 최근 뉴스에서 본 일본의 쌀값 급등이었다. 그날 이후 문득 궁금해졌다. 한국 쌀이 일본에서 인기 있는 수입 품목이 될 수 있을까?
최근 한 일본인 관광객이 SNS에 올린 후기가 화제다. 그는 “일본에서 쌀값이 너무 비싸 한국에서 사기로 했다”며, 직접 인천공항 검역소에 신고하고 오사카까지 쌀을 반입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쌀 10kg이 약 8000엔, 우리 돈 8만 원 수준인데 반해, 한국에선 3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어 가격 차이가 크다.
일본 농림수산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쌀 5kg 평균 소매 가격은 약 4만 2000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일본 정부가 두 차례 비축미를 방출했지만 가격 급등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한국 쌀 직구”는 이제 하나의 생활 전략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쌀값 급등에는 몇 가지 구조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작황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2023년 여름, 일본 전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며 벼 수확량이 급감했다. 특히 주요 산지였던 홋카이도와 니가타 지역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고령화와 농촌 인구 감소로 인해 일본 내 농지 유지가 어려워지고, 쌀 생산량 자체가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구조에 놓여 있다. 정부의 비축미 방출도 한계가 명확하다. 일본은 수급 조절을 위해 매년 일정량의 쌀을 사들여 비축하지만, 기후 충격이 겹친 상황에선 대응력이 떨어진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생산 기반이 안정되어 있고, 물가 상승률에 비해 쌀값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 덕분에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일본 관광객이 한국에서 쌀을 사 간다”는 사실이 꽤 상징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흔히 쌀 같은 기본 식료품은 수출입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이 장면은 국경을 넘어선 가격 경쟁이 어떤 식으로 소비자를 움직이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나 또한 여행할 때면 생필품 가격을 확인하곤 한다. 예컨대 동남아에선 약이나 커피믹스를 사 오고, 유럽에선 파스타나 초콜릿을 담는다. 결국 소비자는 ‘좋고 싼 것’을 따라 움직인다. 이것이 글로벌 시대의 생활형 무역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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