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30대 초반에 어느정도 성공을 이룬 친구를 만날 일이 있었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그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의 ‘자산 관리법’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투자 얘기로 흘러갔다. 나는 여전히 주식 앱을 켤 때마다 ‘익절은 타이밍’이라며 손가락만 맴도는데, 그는 이미 자신만의 기준과 전략을 세워 3개국 주식에 분산 투자 중이라고 했다.
그 순간 느꼈다. 이제는 단순히 ‘돈을 벌고 모으는 시대’가 아니라, ‘돈을 공부해서 불리는 시대’가 됐다는 걸.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이들이 있었다. ‘영리치(Young & Rich)’들. 이번에 발표된 하나금융연구소의 보고서를 읽으며, 나는 이들 세대가 어떻게 ‘부’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40대 이하 ‘영리치’가 최근 5년간 연평균 6%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0대 이상 부자 증가율의 2배 수준이다.
이들의 평균 총자산은 약 60억 원이며, 그중 절반 가량인 30억 원이 금융자산이었다. 이 중에서도 41.7%를 주식, 가상자산 등 투자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어, 보수적인 ‘올드리치’(50대 이상 부자)보다 더욱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단순히 ‘모험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44.9%가 ‘공부를 충분히 한 뒤 투자한다’고 답했고, 70%는 외부 조언보다 ‘스스로 판단’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국내보다 해외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가상자산 보유율은 28.7%로 올드리치(10%)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실물자산인 금, 예술품 등에 대한 투자 비율도 40.7%에 달했다.
이번 리포트는 단순히 자산 규모의 차이가 아닌, 자산 형성 방식과 투자 철학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의 부자는 대부분 ‘사업 성공 → 부동산 투자 → 보수적 금융 운용’의 공식을 따랐다면, 영리치는 IT 기반의 빠른 사업 수익화 혹은 고소득 직군을 바탕으로 금융 투자 비중을 확대해 자산을 늘리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자산관리’ 자체를 하나의 능력으로 인식하고 있고, 공부와 실천을 병행한다는 점이다. 스스로의 판단을 신뢰하며 외부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자기주도적 투자세대의 등장을 의미한다.
또한 ‘투자 = 불로소득’이 아니라, ‘투자 = 자기 노동의 연장’으로 보는 인식의 변화도 관찰된다. 가상자산, 실물자산, 해외 주식 등 분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이들의 글로벌 감각과 미래 지향적 마인드를 반영한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공부한 뒤 투자하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편에선 망설인다.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리스크를 감내하고, 때로는 실패를 경험해야 하는 투자 세계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보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들은 돈을 향한 욕망보다, 그 과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역량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돈이 따라오는 건 어쩌면 그 다음 이야기였다. ‘투자는 직업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걸까?
‘영리치’의 방식은 나처럼 평범한 개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전략, 정보 탐색보다 안목, 조언보다 책임.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투자로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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