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주식하는 친구들 톡방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야, 상지건설 시간외 하한가 박혔대.”
“어제까진 또 상한가였잖아?”
“CB(전환사채) 나왔어. 주식 수 60% 늘어난다네...”
처음 듣는 사람은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나는 한숨부터 나왔다.
상지건설은 최근 이재명 테마주로 급등한 종목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상한가를 쳤고, 단돈 3,000원이었던 주가가 2주 만에 4만 원까지 뛰었다.
그런데 이제는 “월요일이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달 초부터 상지건설 주가는 미친 듯이 올랐다. 정확히 1271% 상승.
이유는 단 하나, ‘이재명 테마주’라는 이유였다. 과거 이 회사의 사외이사가 이재명 전 대표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은 이 회사를 테마주로 엮었다. 하지만 그 사외이사는 작년 3월에 퇴임했고, 현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 주가가 오르자 상지건설은 2023년 말에 샀었던 CB(전환사채)를 팔았다. 무려 120억 원어치. 이 CB는 전환가액이 5,000원인데, 현재 주가는 4만 원 근처였다. 당연히 CB를 사간 쪽은 주식으로 바꿔서 시장에 내놓고 차익을 실현할 유인이 생긴다.
결과는?
4만 원에 근접했던 주가는 순식간에 3만 원대로 빠졌고, 시간외 거래에서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신규 발행 주식 수가 기존의 57.76%에 달하니,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내 주식 가치가 반토막 나는 셈이다.
한국 증시의 ‘정치 테마주’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이낙연… 이들의 이름은 종종 아무런 사업 관련성도 없이 ‘테마주’라는 명찰을 붙인 채 시장에 떠돈다.
상지건설 사례처럼, 한때 인연이 있었다는 이유로, 또는 친인척이 일했다는 이유로 ‘연관성’이 생성된다.
하지만 이런 테마주 급등에는 언제나 똑같은 시나리오가 따라온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주가가 오르자 상지건설은 CB를 팔아 20억 원가량 차익을 챙겼다. 회사는 이익을 봤지만, 뒤늦게 올라탄 개미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실 정치 테마주를 쫓아간 사람들만 탓할 수는 없다.
뉴스에서도, 커뮤니티에서도 ‘정치인 관련 종목’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정보가 퍼지고, 주가가 오르면 놓칠까 불안한 심리가 작동한다.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클릭 몇 번에 계좌를 열고, 남들 따라 종목을 매수한다.
그런데 내가 투자한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지난 3년 실적은 어떤지, 최근에 발행한 전환사채가 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주식은 기업에 대한 투자지만, 우리는 그 기업을 보지 않고 ‘이름’만 보고 있다.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아무나 좋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또 당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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